실패를 선언하다: 난제를 풀어가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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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실패를 선언하다

: 난제를 풀어가는

우리의 자세


2024-1


서현선



"디자인씽킹은 가장 어려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 호를 읽어내려가다, 이 문장 앞에서 숨이 멎었다. SSIR 아티클에서는 내가 기대치 못한 강도의 솔직함을 마주한다.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대담한 비전이 실패했음을, 희망차게 시도된 창의적인 해결책이 변화를 만들지 못했음을 선언하는 목소리는 명징하면서도 담담하게 전달된다. 이러한 선언에 흠칫 놀라지만, 마음이 후련해지기도 하는 것은 그동안 내가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복잡한 경험들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선언하고 시작하는 필자들의 성찰과 분석은 좌절스럽지도, 무기력하지도 않기에 그들의 실패 경험과 새로운 설계는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디자인씽킹, 과녁을 빗나가다'의 필자, 앤로르 피야드와 사라 파탈라는 디자인씽킹이라는 새로운 사회혁신 방법론이 왜 변화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는지를 해부한다. 디자인씽킹이 복잡한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오류를 저질렀고, 특히 단기적인 관점으로 맥락을 제거한 현실을 대상으로 디자인씽킹의 방법론을 공식처럼 대입한 것이 실패의 핵심이라 지적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디자인씽킹을 실패한 방법론으로 규정해버리면서, 이를 폐기하고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자는 손쉬운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방법론이 현실을 제대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구현하는 사람과 조직이 먼저 방법론에 대한 맹신이 아닌, 포괄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을 기반에 두며 실행하는 방식을 권한다. 무엇보다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의도, 실행, 결과를 점검할 수 있는 일련의 질문들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디자인씽킹, 과녁을 빗나가다'는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유의미한 시사점이 있다. 첫 번째는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현실을 정직하게 직면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변수가 통제된 연구실이 아닌 복잡계의 현실에서는 단순한 공식이나 가정은 위험한 가이드일 수 있다. 복합적인 요인과 상호관계를 제거하고 성급하게 성과를 포장하기 쉽기 때문이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에서는 명료한 가정이나 방법론보다는 현실을 예민하게 관찰하는 열린 관점이 유용하다. 그리고 열린 관점을 위해서는 실패의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고, 정직하게 이를 직면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답이 아닌 질문을 설계하는 것이 방법론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은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변화를 만들기 원하는지를 점검하는 도구이다. 또한 질문을 설계한다는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대화와 성찰을 이어가며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우리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겸손이며, 우리가 서로에게 질문을 한다는 것은 함께해야 이 난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정이다.


디자인씽킹이라는 방법론이 한국에 소개된 지도 10여 년이 되었다. 디자인씽킹이 제시하는 새롭고 명료한 방식이 그동안 여러 조직과 프로젝트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사회혁신의 대표적인 방법론으로 교육되었다. 디자인 씽킹이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잠시 멈추어 그간의 시도들과 결과들을 우리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씽킹을 복잡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만능공식처럼 여기진 않았는지, 디자인씽킹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접근법이라는 지나친 믿음으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간과하진 않았는지, 빠른 결과를 위해 지역사회와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을 장려하는 긴 여정을 축소하진 않았는지, 무엇보다 이 디자인씽킹을 적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성찰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진 않았는지 우리는 자문해보아야 한다.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과정은 성찰을 요구한다. 우리가 가졌던 가정, 우리가 파악한 문제, 우리가 설계한 해결 방식, 우리의 소통방식과 관계는 결코 한 번에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성취만큼이나 실패를 사고하는 것은 우리의 여정을 건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