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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변화 설계:
시스템 변화의 핵심 요건
2025-3
JORDAN FABYANSKE · SONILA COOK · MARIAH LEVIN
Summary. 지원기관이 전략을 단독으로 수립하면, 지원기관과 현장 조직 간의 권력 불균형이 강화되고, 측정 가능한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필란트로피가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과 영향력은 제한될 수 있다. 반면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책임질 때, 전 지구적이고 구조적인 도전과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영향력 있는 지원기관major funder이 의제를 정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자금 배분 방식을 좌우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전략을 사실상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셈이다. 자금 지원을 둘러싼 경쟁 속에서 잠재적 파트너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내기보다, 많은 경우 지원기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원기관의 전략을 반영한 제안서를 제출한다. 우리는 비영리조직인 달버그 캐털리스트Dalberg Catalyst에서 시스템 변화를 지향하는 이니셔티브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실행해오며, 지원기관이 전략을 장악하는 관행이 전 세계적인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필란트로피의 역량을 제한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관계 구조를 바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와 영향을 이끌어내려면, 그 전략은 반드시 여러 주체가 함께 책임지고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변화를 위한 전략을 공동으로 주도하고 책임지는 일에는 파트너와 지원기관 간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분절된 경계를 넘어 혼란과 실험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공동의 의지가 요구된다. 이러한 공동주체성Co-ownership은 특정 상황에 대한 공통된 이해에 기초하는 공동 의지에서 시작되고, 협력적 실행으로 이어져, 변혁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파트너들은 더 큰 주체성과 책임감을 갖게 되며, 각자의 강점은 여러 목표를 아울러 더 큰 가치를 발휘하고, 실행은 한층 더 민첩해진다.
공동 주체형Collectively Owned, CO 전략을 수립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기존 방식에 기꺼이 의문을 제기하고, 핵심 가치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하며, 협업에 헌신하려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야 전반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때 의사결정은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고, 도출된 해결책이 다른 맥락에서 확장되거나 복제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의 책임이 결여된 전략은 지원기관과 파트너들이 협소하게 정의된 문제나 측정가능한 성과 달성에만 몰두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시스템 변화를 위한 장기적 변화는 단기 성과로 대체되고, 우리가 직면한 복합적이고 시급한 난제들은 쉽게 주변부로 밀려난다.
우리는 실험과 연구, 학습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Trust-based philanthropy와 관계 중심 시스템 변화Relational systems change 논의에 깊이 있는 시각을 더하고자 한다. 특히 지원기관은 전환을 추진하는 전략에 있어 파트너와 공동주체성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우리는 지원기관과 파트너로 구성된 협력 생태계 전반이, 강력한 촉진자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의 지원을 받아 어떻게 CO 전략으로 임팩트를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CO 전략이 깊이 있는 학습과 협력을 통한 혁신을 촉진하고, 사고방식과 권력 구조, 규범, 정책, 금융 및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친 변혁적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직접 확인해왔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이 모두를 위해 보다 정의롭고, 포용적이며, 재생적인 사회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지원기관 중심 전략의 한계
지원기관들은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필란트로피와 사회혁신 분야의 일부 리더들은 전략적 필란트로피를 실패한 접근으로 평가하며, 지역사회 주도 접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략적 필란트로피가 여전히 유효하며, 시대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적응하며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맥켄지 스콧이 보여준 놀라울 만큼 빠르고 유연한 기부 방식은, 지원기관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존 규범에 도전하며, 필란트로피 영역 전반에 폭넓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필란트로피 투게더Philanthropy Together는 자선 기부를 민주화하고 다양화하기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필란트로피 협력체의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특히 형평성과 책임성을 중시하는 협력형 필란트로피 모델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협력체는 단순히 자금을 모으거나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분절된 자금 지원 구조를 허물고, 운동 전체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변혁적 전환을 추진하는 사회운동 조직들의 최근 사례는 자선가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보유한 비금전적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여기에는 맥락에 대한 통찰력, 기술 전문성 및 역량, 네트워크와 관계성, 옹호 활동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 등 다양한 자원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간의 연구를 살펴보면 옹호활동이나 조직화처럼 시스템 변화를 지향하는 장기적, 변혁적 과제에 투입되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그 자금을 모으는 일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1 변혁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이니셔티브조차 그 잠재력을 실현할 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자금이 배분되더라도,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 제한적인 자금 집행 기간, 복잡하고 과도한 행정 요구 등으로 지원기관이 파트너의 유연성, 창의성, 기업가정신, 협업 역량을 오히려 제약하는 결과를 낳곤 한다.
금융 시스템이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여러 측면에서 그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자본을 보다 시스템적 관점에서 운용하려는 지원기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임팩트투자 분야의 선도자들을 비롯해 자선가, 금융기관 관계자, 금융 전문가, 학자, 사회혁신가들이 MIT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를 투자 논리에 접목해, 금융 시스템을 새롭게 구상하는 시스템 투자systemic investing의 가능성이 논의되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 자본의 흐름조차 여전히 지배적인 사고방식과 권력 구조를 재생산할 뿐, 에너지, 토지 이용, 인프라, 산업, 교통, 도시 등 핵심 시스템의 변혁적 전환을 이끌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2023년, 우리는 지원기관이 시스템 변화와 관련한 활동 지원을 제약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하나의 실험을 진행했다. 우리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캐털리스트 2030을 비롯해, 아쇼카, 에코잉 그린, 스콜 재단, 슈밥 사회적기업가정신 재단 등 여러 기관의 대표들이 참여한 파트너 실무그룹과 함께 캐털리스트 허브Catalyst Hub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공동 설계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투자 유치 기회를 모색하는 경험 많은 시스템 변화 리더들의 제안 중 10개의 이니셔티브를 선정해, 30곳이 넘는 다양한 지원기관에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자금 연계 모델을 실험하는 것이었다.
리더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우리는 각 이니셔티브가 축적해 온 성과와 임팩트 확장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바탕으로 자금 지원이 타당한 근거와 제안을 제시했다. 또한 자금 매칭 프로세스에 대한 학습과 통찰을 얻기 위해 학습 아젠다를 마련하고, 다양한 기관에 속한 100여 명의 지원기관과 기금 자문가, 체인지메이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금 조달 파트너십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했다.
명확한 근거와 성과가 제시된 열 개의 이니셔티브 중 실제로 관심과 지원 약속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이 실망스러운 결과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학습을 허브의 핵심 과제로 삼기로 했다. 시스템 변화를 위한 자금 지원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자금의 규모와 질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왜 지원기관들은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주체들에게 자금 지원을 주저하는가?"
이처럼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조정 노력이 요구된다. 처음에는 초대받은 이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고, 상호 이해를 쌓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이유를 쉽게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잠재적 파트너들 사이에 신뢰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일부 지원기관들은 시스템 변화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들 중 다수는 시스템 변화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며, 지원을 받는 단체의 통제를 벗어난 수많은 요인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많은 기부자들은 시스템 차원의 변혁적 변화를 이끌 잠재력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자금 지원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로 돌아오는 방식의 투자를 선호했다. 또 다른 이들은 시스템 변화라는 표현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 참여자 중 한 명은 이러한 현상을 '시스템 워싱systems washing'이라 부르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실제 규모나 범위가 제한적인 사회변화 활동에 거창한 수사를 덧씌우는 행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반응은 '시스템 변화'라는 용어가 변혁적 전환이라는 본래의 의미와 멀어진 채, 하나의 유행어처럼 소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경향은 지원기관의 우선순위에 맞추기 위해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다루지 않으면서, 제안서에 단순히 '시스템' 관련 용어를 끼워 넣는 수혜단체가 늘어날수록 더욱 심화된다. 이러한 피상적 언어 사용은 실질적인 시스템 변화 노력의 신뢰성과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원기관들이 지원을 주저한 가장 큰 이유는 이니셔티브가 '현재의 전략에 맞지 않는다off-strategy for now'는 판단 때문이었다. 즉 지원기관들은 우선순위 분야나 선호하는 접근 방식에 기반해 전략을 수립해두고, 그 전략에 부합하는 단체들로 자금 배분 파이프라인을 채우고자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구성한 이니셔티브와 그 실행 주체들은 지원기관들이 설정한 전략적 우선순위의 틀에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미 마련된 전략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한 지원기관들은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 안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배제할지 결정할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전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우선순위와 다른 관점을 수용하거나, 그와 다른 방향성을 가진 파트너를 지원하는 데 있어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지원기관이 주도하고, 지원기관이 소유하는 전략이 오히려 복잡한 문제에 대한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많은 지원기관들이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곤 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전략 수립 과정에 이뤄지는 이해관계자 참여가 폐쇄된 회의실 안에서 끝난다면,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과 신념, 편향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전략이 복잡한 사회적, 지구적 문제의 근본 원인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것이 단일 지원기관은 물론 동일한 관점과 이해를 공유하는 개인이나 소수 조직에 의해 개발되고 주도되어선 안 된다. 동시에 개별 지원기관이 각자의 전략을 난립시키는 구조로도 변혁적인 전환을 위해 필요한 협력적 조율을 이끌어낼 수 없다.
지원기관이 전략을 주도하는 접근은 지원기관과 파트너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지나친 분절화 | 지원기관들은 동일한 상황을 두고도 서로 다른 인식과 우선순위를 따르기 때문에 대화가 쉽게 엇갈린다. 이러한 엇갈림은 실행 단계에서도 이어진다. 각 지원기관이 특정 분야의 협소한 목표에 집중하거나 분절된 개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면서 통합적인 의제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 결과, 상호 연관된 목표와 영역을 함께 지원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그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깊이의 결여 | 지원기관들은 자신의 투자로 직접 입증할 수 있는 단기적이고, 측정가능한 성과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러한 성과가 더 큰 변화로 이어지게 할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정만 세울 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는다. 결국 지원기관과 파트너는 각자가 가진 지식, 사회적 자본 등 다양한 자산과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높은 경직성 | 지원기관들은 상황이 변하더라도 목표나 접근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전략이나 관점에 부합하며, 사전에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해법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신뢰를 구축하고, 예기치 못한 도전과 기회를 탐색하며,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캐털리스트 허브 프로젝트를 위해 인터뷰에 응한 지원기관들 대부분은 시스템 변화를 위해, 보다 양질의 풍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기부가 지나치게 분절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집중해왔다는 사실에도 공감했다. 대부분의 지원기관은 사람들의 인식, 규범, 정책,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스템 전환을 위해, 변화가 일어나는 조건 자체를 바꾸는 다양한 자금의 흐름이 필요하다는 점에 수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변화에 관심 있는 다수의 지원기관이 여전히 기존의 전략 수립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한 대안이 보이지 않거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지원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CO 전략의 특징
지원기관이 주도하는 기존 전략은 기술적 해결책이 요구되는 문제나 맞춤형 제안 요청에 적합한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의도와 달리 기존의 권력 불균형을 더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역사회와 그 파트너가 아닌 개별 지원기관 또는 집단이 어떤 사업을 지원할지에 대해 사실상 최종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진정한 전환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직이 시스템의 필요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전략이 아닌, 협력 생태계의 다양한 파트너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공동으로 개발하며, 함께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CO 전략을 실천하는 파트너와 지원기관으로 구성된 협력 생태계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구성원들이 주체성과 공동의 책임 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전략이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으며, 이를 개선하고 변화시키며 앞으로 나아가게 할 책임 또한 자신들에게 있다고 인식한다. 공동주체성은 필연적으로 지원기관과 수혜단체 간의 권력 균형을 재조정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원기관이 뒤로 물러나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주체성의 핵심은 지원기관을 포함한 전체 협력 생태계가 아젠다와 우선순위를 함께 정하고, 구성원 모두가 이를 해결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있다.
CO 전략은 사회혁신가와 그들을 지원하는 지원기관으로 이루어진 전체 생태계가, 세 가지의 핵심적인 특징을 통해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유기적으로 결속하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다.
다양한 주체가 함께 포괄적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 CO 전략을 구축하는 과정은 문제가 가진 시급성을 이해하고, 해결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서 출발한다. 이들은 관련 분야의 전문성, 현장 맥락에 대한 통찰, 결과에 대한 직접적 이해관계 그리고 실행에 필요한 권한과 자원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들을 모으는 과정에는 비전을 제시하고, 연결을 촉진하는 촉진자catalyst의 역할이 필요하다. 촉진자는 현장에서 신뢰받는 인물이거나 영향력 있는 지원기관 혹은 중립적 위치의 조정자일 수 있다. 이들은 특히 경쟁적 자원 구조 때문에 평소라면 모이기 어려운 파트너들, 예컨대 동일한 재원을 두고 경쟁하는 기관들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는 상당한 시간과 조정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처음에는 초대받은 이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할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잠재적 파트너들 사이에 신뢰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신뢰는 각자의 현실과 공동의 현실, 서로 얽혀 있는 문제와 그것의 근본 원인 그리고 가능한 미래에 대한 공동의 관점을 언어화하며 서사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이렇게 서서히 형성되는 공동 내러티브shared narrative는 협력의 장을 통합하는 핵심 기반이다. 생태계 전반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여러 차례 거듭하며 새로운 참여자를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여러 섹터가 참여한 팬데믹 원인 예방 연합Preventing Pandemics at the Source, PPATS은, 서로 다른 영역의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CO 전략을 설계한 대표 사례이다. PPATS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의 국경이 폐쇄되고 경제 활동이 사실상 멈췄던 2020년 중반 구체화되었다.2 당시 달버그 캐털리스트의 CEO이자 이 글의 공동저자인 소닐라 쿡Sonila Cook과 레인포레스트 얼라이언스Rainforest Alliance의 전 대표 나이젤 사이저Nigel Sizer는, 20세기와 21세기 거의 모든 바이러스성 팬데믹의 주요 원인인,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병원체 전이라는 중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간과되어 온 문제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글로벌 보건 및 환경 보존 분야에서 활동하는 40명의 저명한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은 높은 기술 전문성과 다양한 맥락에 대한 현장 경험을 겸비한 인물들이었다.
PPATS는 과학자들과 지역사회 기반 보건 및 환경 분야 활동가들의 지식 및 경험을 통해 병원체 전이 예방이 갖는 광범위하고, 실질적이며, 확장적인 이점을 확인했다. 동시에 글로벌 보건 분야 리더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병원체 전이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발병 빈도가 높은 국가 내에서 신종 감염병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PPATS는 근원적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내러티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의약품이나 백신과 같은 사후 대응 수단이 대개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것과 달리, 근원적 예방 전략은 모든 사람과 지역에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병원체 전이 예방은 공정하면서도 포괄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3 더불어 산림 벌채 중단과 같은 전이 예방 조치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노력은 팬데믹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실현이 가능하다.4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확산에 대한 대비와 대응을 넘어, 팬데믹 예방, 특히 병원체 전이 예방을 포함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팬데믹의 발생 원인을 규명해 온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바이러스 전이를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는 PPATS의 후속 활동을 이끄는 기준점이 되었고, 연합이 지향하는 원칙과 공유 가치, 그리고 구조적 변화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를 더욱 분명히 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러티브를 공동으로 형성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병원체 전이 예방은 환경 보전이나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그동안 거의 논의되지 않은 주제였기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를 다양한 맥락에 맞게 해석하고 지역사회의 관점을 반영하려면, 신종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이후 PPATS 구성원들은 병원체 전이 예방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국 의회, G20, WHO, 세계은행 등에서 이 내러티브가 기준으로 자리 잡도록, 다양한 옹호자와 채널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파했다.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onservation International의 원 헬스 분야 선임 자문인 닐 보라는 2023년 7월, 선제적 팬데믹 예방upstream pandemic prevention을 주제로 한 TED 강연을 통해 이 논의를 보건 분야 이외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켰다. PPATS의 한 후원 기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팬데믹 관련 언론 보도에서 바이러스 전이 요인에 대한 언급이 증가했고, 그중 거의 대부분은 PPATS 연합 구성원들과 관련되어 있었다.
내러티브 전환을 넘어, PPATS의 어드보커시 활동은 지난 3년간 여러 정책적 성과를 거두었다. 병원체 전이 예방 관련 조항이 미국의 여러 입법 과정, 예컨대 2021년 미래 팬데믹 예방법Preventing Future Pandemics Act of 2021, 2021년 국제 팬데믹 대비 및 코로나19 대응법International Pandemic Preparedness and COVID-19 Response Act of 2021, 2021년 글로벌 보건안보법Global Health Security Act of 2021, 글로벌 팬데믹 예방 및 생물안보법Global Pandemic Prevention and Biosecurity Act 등에 반영되었고, 팬데믹 대응을 위한 다양한 글로벌 협력 체계에 포함되는 진전을 보였다. 또한 PPATS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과 함께 바이러스 전이 예방 위원회Commission on Prevention of Viral Spillover를 공동으로 주도하며, 전이 예방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 내러티브를 공동으로 만들고 전략을 함께 설계 및 추진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다양한 관점을 폭넓게 통합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편향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주고,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는 대신 전체적으로 조망하도록 도와준다. 만약 PPATS 전략의 공동 주체들이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하거나, 각자가 가진 비전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면, 팬데믹의 근본 원인을 전이로 이해하는 신뢰할 만한 공동 내러티브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함께 만들어가려는 미래상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공유하지 못했다면, 이후의 계획 수립, 의사결정, 인식 제고, 정책 어드보커시 활동 역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다. CO 전략을 구축하고 심화시키는 데 들인 시간과 숙련된 촉진 과정은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낸 핵심 요인이었다. 이 덕분에 파트너들은 공통의 목표를 중심으로 뜻을 모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의 주체성과 책임을 공유하게 되었다.
시스템 조율자로서 나이젤 사이저의 리더십 그리고 소닐라 쿡의 전략적 조언과 세심한 조정은, PPATS가 공동의 내러티브에 집중하며 필드를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파트너들은 각 기관의 고유한 임무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여러 중요한 의제에서 동시에 변혁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드문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했다. PPATS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파트너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조율해주는 중립적 주체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이 중립적 조정자는 재원을 두고 경쟁하거나, PPATS가 거둔 성과에 대한 공로를 독점하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이저와 쿡은 연합 활동 전반에서 겸손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공동의 책임 의식을 몸소 실천했다. PPATS 구성원들은 그동안 참여해온 여러 연합 가운데 PPATS를 가장 협력적이면서도 성과가 뛰어난 사례 중 하나로 평가한다.
협력 구조 안에는 실제로 행동할 권한과 자원을 가진 주체들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PPATS의 사례에서는 지원기관들이 초기부터 협력 구조에 초대되었지만, 당시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PPATS 구성원들은 약 1년간 자신의 시간을 자발적으로 투입하며 첫 재정 지원이 이뤄지기까지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활동을 뒷받침할 재원이 부족했던 탓에, 자금 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일부 우선순위 과제를 계획된 순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또한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투입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PPATS 사례는 지원기관들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특정 분야의 핵심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자선가나 재단이 투자를 보류하면, 그들에게 공동의 활동을 중단하는 것 외에 현실적인 선택지는 남지 않는다. 이후 7곳의 지원기관이 PPATS에 합류하면서 상황은 다소 나아졌지만, 초기에 단 한 곳의 핵심 펀딩 파트너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더라면, 연합은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결단력 있게 활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동의 비전과 결집된 역량을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달성하라 | PPATS와 마찬가지로, 그라운드브레이크 연합GroundBreak Coalition 역시 다양한 파트너 간 오랜 교류와 신뢰 구축의 결과로 만들어진, 공동주체성에 기반한 전환 사례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도전과제 그리고 미래 비전에 관한 공동의 내러티브를 함께 구축했다. PPATS와 달리, 그라운드브레이크는 출범 초기부터 재단의 재정 지원과 더불어 공동주체성의 문화를 바탕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전략은 지원기관 중심 전략과 다르게 재정 지원 파트너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강점을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들의 잠재력과 책임을 반영해 상호 연계된 여러 목표를 동시에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다.
2022년, 맥나이트 재단의 토냐 앨런 이사장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지역에서 170여 명의 개인, 120여 개 기관과 함께 구조적 인종차별을 해소하고 인종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이끌었다. 참여자들은 여러 워킹그룹 구성해 기후 대응형 지역사회 조성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와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흑인의 주택 소유를 비롯해 임대주택, 상업용 부동산 개발, 창업, 기후대응 역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나는 불평등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었다. 이들은 또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대 적용될 경우, 흑인 주택 구매자는 물론 상업용 부동산 개발자, 기업가, 임차인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융 수단과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함께 모색했다.
맥나이트 재단은 출범 단계부터 포용적이고 촉진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권한을 재분배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단은 대도시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신뢰를 쌓아온 지원 파트너로,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창조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 명의 협력 촉진자로 구성된 소규모 운영팀을 꾸려, 신중하고 협력적인 논의를 통해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와 기여 방안을 조율하도록 했다. 재단과 운영팀은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가 어느 한 조직의 힘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기업, 시민사회, 필란트로피 등 각 부문의 리더 40여 명이 참여하는 임시 거버넌스 구조가 마련되도록 지원했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그라운드브레이크의 리더십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연합의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출발점은 철저히 지역적 맥락에 기반하고 있었다. 파트너들은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을 거치며 하나의 공통된 인식을 형성했다. 인종, 경제, 기후 불평등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과 2020년 조지 플로이드가 미니애폴리스 경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은 불평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라운드브레이크는 또한 점점 더 악화되는 정치 환경 가운데,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만으로는 인종 형평성이 실현된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흑인들이 주택 구매, 창업, 사업 확장, 상업용 부동산 개발 등 자산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자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적 장벽을 허물고, 나아가 대규모 자본이 흑인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하는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에 대해 구상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 연합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비전을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하며, 현실적이고, 시한이 명확한 목표로 구체화했다. 이런 목표들은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긴밀히 맞물려 있고, 상호의존적인 특징을 갖고 있었다. 주요 목표에는 유색인종 신규 주택 소유자를 4만 5천 명 확보하는 것과 이 중 1만 1천 호를 흑인 가구에 우선 공급하는 계획이 포함되었다. 또한 2만 3,500가구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의 임대주택을 확보하고, 흑인 주도로 추진되는 기후 대응형 상업 개발 사업 60건을 완료하는 것도 핵심 목표로 제시되었다.
이들은 향후 몇 년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약 53억 달러 규모의 자본 약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금융 수단과 상품을 파악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 연합은 조정팀의 지원을 받아 이러한 목표를 개별적이고 희망 섞인 숫자들로 두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금융 시스템 안에서 재정렬했다. 특히 새로운 지역 금융수단 체계 안에서 보조금, 보증, 저비용 자본, 특수 목적 신용 프로그램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는 약 12억 달러의 유연 자본이 향후 10년 동안 41억 달러 규모의 민간 시장 자본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라운드브레이크가 제시한 목표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강점과 필요를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각자의 역량을 단순히 더하는 것보다 협력을 통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재정 파트너들의 경우에도 각자의 전문성과 네트워크, 조정 및 연결 역량 같은 강점이 협력 구조 안에서 서로 결합될 때, 여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맥나이트 재단과 초기 재정 파트너들은 공동체 전체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을 갖고, 지역사회의 필요와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더 많은 재정 파트너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연합을 대표해 자선재단, 은행, 정부, 기업, 투자자에게 보조금, 보증, 저비용 자본에 대한 약정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은 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기관들이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2023년 10월, 연합의 재정 파트너들은 총 9억 2,675만 달러 규모의 자본 약정을 발표하며, 비전을 향한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여정에서 중요한 초기 모멘텀을 형성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와 같은 성공적인 연합체는 신뢰받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의 지원 아래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목표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각 구성원이 지닌 강점을 전체 맥락에서 바라보며, 서로의 역량을 북돋는다. 강점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확장은 MIT 연구원 오토 샤머와 사회혁신가 에바 포메로이가 말한 '제4인칭 앎fourth-person knowing'과 맞닿아 있다. 전체와 개인을 동시에 인식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이 개념은, 개인과 집단이 서로 다른 관심과 의지, 주체성을 갖고 있더라도, 그 차이를 조율해 집단적 목적에 정렬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는 이전에 도달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가 이제 실현 가능한 것처럼 다가오는 새로운 가능성의 감각을 불러온다.
집단적 추진력을 유지하려면 민첩성이 필요하다 | 변화 전략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시스템에 맞춰 지속적으로 조정되어야 하므로, 본질적으로 유연하고 상황 대응적이어야 한다. CO 전략은 특히 파트너들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으며 실행되기 때문에 보다 적응적이다. 이 전략 안에서 파트너들은 강력한 공동주체성을 바탕으로, 기회와 위험 요인에 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식과 배움을 교환한다. 또한 협력의 범위를 관련 분야 파트너들로 확장하고, 조율된 상태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PPATS 구성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새롭게 유입되는 정보를 공유하고 검토하며,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민첩하고 실행 중심적인 워킹그룹들은 매주 온라인으로 모여, 공동의 지식과 가용 자원, 역량, 추가로 필요한 자원, 개입 조치의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이들은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아 자원을 조정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팬데믹 예방과 관련한 공공 담론에 영향을 미쳤다.
PPATS 내부에서 이뤄진 정기적인 소통은 구성원들의 기민한 대응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공동 주체로서의 책임감과 상호 신뢰를 강화했다. 매달 열리는 연합 회의와 정기 뉴스레터 등을 통해, 구성원들은 각자의 노력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질문이나 우려를 제기했으며,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했다. 사이저와 쿡은 연합 차원의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공동의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거둔 최근 성과를 공유하도록 했으며, 연합의 목표를 위해 파트너들이 주도적으로 나선 사례를 조명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소통은 구성원의 기여를 가시화함으로써 상호 책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이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 역시 전략을 계속 다듬고 발전시키며, 구성원들이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설계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그라운드브레이크는 신속하고 유연한 실행력과 모두가 주체로 참여하는 공동주체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실행팀을 구성했다. 이 팀에는 기술 전문가뿐 아니라 지역사회 기반 조직들도 포함되었으며, 모두가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중점 분야와 밀접한 현장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실행팀이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것이다. 즉, 실행팀이 지역사회의 자산 형성을 위해 투입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집행할 기관, 예컨대 비영리단체, 지역사회개발 금융기관, 민간 금융기관을 직접 선정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는 문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접근이었다. 그라운드브레이크 프로젝트팀은 대상별 맞춤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실행 초기 단계부터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프로젝트팀의 한 디렉터는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에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입했더라도 지나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PPATS 사례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팀의 지속적인 커뮤니티케이션 노력은 구성원 간의 투명성과 상호 책임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PPATS와 그라운드브레이크 두 연합이 추진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뛰어난 조율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PPATS 내부에서 사이저와 쿡의 조정 역할은 합의된 목표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불어넣고, 구성원들이 전략의 공동 주체로 참여하는 감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들의 역할은 단순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관계의 흐름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잠재적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며,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겸손을 실천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앞세우지 않으며, 기꺼이 권한을 나누고, 책임 있는 관리자로서 조직을 신중하게 이끌었다. 사이저는 올해 초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며, 연합의 추진력을 이어갈 후임자를 신중히 검토한 끝에 닐 보라를 지명했다. PPATS와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유연한 대응력과 추진력은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을 통해 발휘되었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지속적인 대화의 장을 열고, 파트너들이 전략적 선택지를 발굴 및 검토하도록 지원했으며, 실행과 학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촉진했다. 구성원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자의 강점을 자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는데, 참여는 어디까지나 각자의 선택에 맡겨졌다.
변혁적 변화를 이끄는 필란트로피의 힘
캐털리스트 허브의 체인지메이커들과 지원기관들이 제시한 핵심 제안은, 서로 다른 분야의 주체들이 모여 각자의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장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그러한 장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신뢰를 쌓아 공통의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로 표현했다. 참여자들은 또한 이를 '액션 랩action lab', 즉 잠재적 파트너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구체화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협력의 장으로도 설명했다. 형태가 어떻든, 이러한 공간은 참여자들에게 주체성을 부여하고 공동의 책임감을 강화해, 모임 이후에도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가 기존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협력 관계를 이어가도록 하는 힘을 가졌다.
사회혁신가와 지원기관이 함께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껏 따라온 기존 전략의 관성을 과감히 깨트려야 한다. 복잡한 글로벌 과제를 실제보다 단순화하거나,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로 만드는 단일 이슈 중심, 환원주의적 접근,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전략 계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3년 또는 5년 주기의 형식적인 점검에 머물지 않고, 목표와 우선순위를 더 자주 되돌아보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확산과 복제가 쉬운 해법만을 좇는 협소한 시각 역시 탈피해야 한다. CO 전략은 한 분야 안의 다양한 파트너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동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서로의 목표를 정렬하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그라운드브레이크와 PPATS 모두 이러한 정렬 과정에 거의 1년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러한 CO 전략을 통해 형성된 파트너십과 해법은, 각 현장의 맥락에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설계된다는 점에서 기존 접근과 차별성을 갖는다.
CO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뢰도와 역량을 갖춘 촉진자, 즉 시스템 오케스트레이션을 수행할 리더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촉진형 리더십의 가치와 역할은 오늘날 사회에서 충분한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고, 시스템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형성하며, 신뢰에 기반한 생산적 관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 역시 부족하다. 우리의 경험상 적임자는 사회혁신가와 지원기관들이 함께 상황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적 미래를 탐색하기 시작하면, 오케스트레이터의 필요성과 역할 요건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 요건에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높은 윤리의식 같은 기본 요건은 물론,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협력 네트워크도 포함된다. 협력 생태계 내 파트너들은 잠재적인 오케스트레이터들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적극 격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장 적합한 인재일수록 공개 모집에 응하거나 스스로 그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사회혁신가들에게는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유연하고 장기적인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 많은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는 그 역할의 특성상 기존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특정 기관에 소속되거나 안정적인 지원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협력의 기반이 되는 핵심 펀딩 파트너를 미리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기관을 아우르는 협력 생태계를 조직하기 위한 재정적 여력이나 위험 부담 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챈들러 재단의 부이사장이자 랜데사의 공동 창립자인 팀 한스타드는 이렇게 말한다. "시스템 변화를 조율하는 사람이 조율 대상이 되는 파트너들과 지원금을 놓고 경쟁하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가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전략 수립이나 전략 커뮤니케이션 등 분야 전반의 활동을 촉진하고, 장기적인 의제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중립적 기관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사회혁신가들이 이러한 구조의 필요성을 지지하며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구조적 변화를 지원하려는 지원기관들 역시 이러한 시도에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혁신가와 지원기관인 우리가 공동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계획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되,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협력하는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권한을 기꺼이 나누며, 경쟁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관점도 필요하다. "내 강점은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가?", "누구와 강점을 결합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가?" 팬데믹과 심화되는 불평등,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뒤흔드는 연쇄적 위기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구조적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위기들은 우리가 여전히 개별 대응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한 멈추지 않으며, 더 악화될 것이다.
참고
1. Publications such as Catalyst 2030's Embracing Complexity: Towards a Shared Understanding of Funding Systems Change, INCITE!'s The Revolution Will Not Be Funded, and Bridgespan's "Equitable Systems Change: Funding Field Catalysts from Origins to Revolutionizing the World," among others, illuminated a lack of funding flows to social innovators and systems change.
2. Neil M. Vora et al., "Want to Prevent Pandemics? Stop Spillovers," Nature, vol. 605, 2022.
3. Neil M. Vora et al., "The Lancet–PPATS Commission on Prevention of Viral Spillover: Reducing the Risk of Pandemics Through Primary Prevention," The Lancet, vol. 403, no. 10,427, 2024.
4. Aaron S. Bernstein et al., "The Costs and Benefits of Primary Prevention of Zoonotic Pandemics," Science Advances, vol. 8, no. 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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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FABYANSKE
조단 파비안스키는 달버그 캐털리스트의 최고 프로그램 책임자이며, 이전에는 전략 자문가로 활동했다.
SONILA COOK
소닐라 쿡은 달버그 캐털리스트의 최고경영자로, 이전에는 전략 자문가를 역임했다.
MARIAH LEVIN
머라이어 레빈은 디오 스쿨 펠로우십의 사무국장이자 달버그 캐털리스트의 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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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 · 시스템변화
협력적 변화 설계:
시스템 변화의 핵심 요건
2025-3
JORDAN FABYANSKE · SONILA COOK · MARIAH LEVIN
Summary. 지원기관이 전략을 단독으로 수립하면, 지원기관과 현장 조직 간의 권력 불균형이 강화되고, 측정 가능한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필란트로피가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과 영향력은 제한될 수 있다. 반면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책임질 때, 전 지구적이고 구조적인 도전과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영향력 있는 지원기관major funder이 의제를 정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자금 배분 방식을 좌우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다. 소셜임팩트를 위한 전략을 사실상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셈이다. 자금 지원을 둘러싼 경쟁 속에서 잠재적 파트너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내기보다, 많은 경우 지원기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원기관의 전략을 반영한 제안서를 제출한다. 우리는 비영리조직인 달버그 캐털리스트Dalberg Catalyst에서 시스템 변화를 지향하는 이니셔티브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실행해오며, 지원기관이 전략을 장악하는 관행이 전 세계적인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필란트로피의 역량을 제한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관계 구조를 바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와 영향을 이끌어내려면, 그 전략은 반드시 여러 주체가 함께 책임지고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변화를 위한 전략을 공동으로 주도하고 책임지는 일에는 파트너와 지원기관 간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분절된 경계를 넘어 혼란과 실험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공동의 의지가 요구된다. 이러한 공동주체성Co-ownership은 특정 상황에 대한 공통된 이해에 기초하는 공동 의지에서 시작되고, 협력적 실행으로 이어져, 변혁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파트너들은 더 큰 주체성과 책임감을 갖게 되며, 각자의 강점은 여러 목표를 아울러 더 큰 가치를 발휘하고, 실행은 한층 더 민첩해진다.
공동 주체형Collectively Owned, CO 전략을 수립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기존 방식에 기꺼이 의문을 제기하고, 핵심 가치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하며, 협업에 헌신하려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야 전반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때 의사결정은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고, 도출된 해결책이 다른 맥락에서 확장되거나 복제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의 책임이 결여된 전략은 지원기관과 파트너들이 협소하게 정의된 문제나 측정가능한 성과 달성에만 몰두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시스템 변화를 위한 장기적 변화는 단기 성과로 대체되고, 우리가 직면한 복합적이고 시급한 난제들은 쉽게 주변부로 밀려난다.
우리는 실험과 연구, 학습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Trust-based philanthropy와 관계 중심 시스템 변화Relational systems change 논의에 깊이 있는 시각을 더하고자 한다. 특히 지원기관은 전환을 추진하는 전략에 있어 파트너와 공동주체성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우리는 지원기관과 파트너로 구성된 협력 생태계 전반이, 강력한 촉진자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의 지원을 받아 어떻게 CO 전략으로 임팩트를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CO 전략이 깊이 있는 학습과 협력을 통한 혁신을 촉진하고, 사고방식과 권력 구조, 규범, 정책, 금융 및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친 변혁적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직접 확인해왔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이 모두를 위해 보다 정의롭고, 포용적이며, 재생적인 사회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지원기관 중심 전략의 한계
지원기관들은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필란트로피와 사회혁신 분야의 일부 리더들은 전략적 필란트로피를 실패한 접근으로 평가하며, 지역사회 주도 접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략적 필란트로피가 여전히 유효하며, 시대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적응하며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맥켄지 스콧이 보여준 놀라울 만큼 빠르고 유연한 기부 방식은, 지원기관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존 규범에 도전하며, 필란트로피 영역 전반에 폭넓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필란트로피 투게더Philanthropy Together는 자선 기부를 민주화하고 다양화하기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필란트로피 협력체의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특히 형평성과 책임성을 중시하는 협력형 필란트로피 모델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협력체는 단순히 자금을 모으거나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분절된 자금 지원 구조를 허물고, 운동 전체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변혁적 전환을 추진하는 사회운동 조직들의 최근 사례는 자선가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보유한 비금전적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여기에는 맥락에 대한 통찰력, 기술 전문성 및 역량, 네트워크와 관계성, 옹호 활동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 등 다양한 자원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간의 연구를 살펴보면 옹호활동이나 조직화처럼 시스템 변화를 지향하는 장기적, 변혁적 과제에 투입되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그 자금을 모으는 일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1 변혁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이니셔티브조차 그 잠재력을 실현할 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자금이 배분되더라도,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 제한적인 자금 집행 기간, 복잡하고 과도한 행정 요구 등으로 지원기관이 파트너의 유연성, 창의성, 기업가정신, 협업 역량을 오히려 제약하는 결과를 낳곤 한다.
금융 시스템이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여러 측면에서 그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자본을 보다 시스템적 관점에서 운용하려는 지원기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임팩트투자 분야의 선도자들을 비롯해 자선가, 금융기관 관계자, 금융 전문가, 학자, 사회혁신가들이 MIT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를 투자 논리에 접목해, 금융 시스템을 새롭게 구상하는 시스템 투자systemic investing의 가능성이 논의되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 자본의 흐름조차 여전히 지배적인 사고방식과 권력 구조를 재생산할 뿐, 에너지, 토지 이용, 인프라, 산업, 교통, 도시 등 핵심 시스템의 변혁적 전환을 이끌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2023년, 우리는 지원기관이 시스템 변화와 관련한 활동 지원을 제약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하나의 실험을 진행했다. 우리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캐털리스트 2030을 비롯해, 아쇼카, 에코잉 그린, 스콜 재단, 슈밥 사회적기업가정신 재단 등 여러 기관의 대표들이 참여한 파트너 실무그룹과 함께 캐털리스트 허브Catalyst Hub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공동 설계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투자 유치 기회를 모색하는 경험 많은 시스템 변화 리더들의 제안 중 10개의 이니셔티브를 선정해, 30곳이 넘는 다양한 지원기관에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자금 연계 모델을 실험하는 것이었다.
리더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우리는 각 이니셔티브가 축적해 온 성과와 임팩트 확장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바탕으로 자금 지원이 타당한 근거와 제안을 제시했다. 또한 자금 매칭 프로세스에 대한 학습과 통찰을 얻기 위해 학습 아젠다를 마련하고, 다양한 기관에 속한 100여 명의 지원기관과 기금 자문가, 체인지메이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금 조달 파트너십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했다.
명확한 근거와 성과가 제시된 열 개의 이니셔티브 중 실제로 관심과 지원 약속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이 실망스러운 결과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학습을 허브의 핵심 과제로 삼기로 했다. 시스템 변화를 위한 자금 지원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자금의 규모와 질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왜 지원기관들은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주체들에게 자금 지원을 주저하는가?"
이처럼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조정 노력이 요구된다. 처음에는 초대받은 이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고, 상호 이해를 쌓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이유를 쉽게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잠재적 파트너들 사이에 신뢰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일부 지원기관들은 시스템 변화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들 중 다수는 시스템 변화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며, 지원을 받는 단체의 통제를 벗어난 수많은 요인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많은 기부자들은 시스템 차원의 변혁적 변화를 이끌 잠재력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자금 지원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로 돌아오는 방식의 투자를 선호했다. 또 다른 이들은 시스템 변화라는 표현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 참여자 중 한 명은 이러한 현상을 '시스템 워싱systems washing'이라 부르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실제 규모나 범위가 제한적인 사회변화 활동에 거창한 수사를 덧씌우는 행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반응은 '시스템 변화'라는 용어가 변혁적 전환이라는 본래의 의미와 멀어진 채, 하나의 유행어처럼 소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경향은 지원기관의 우선순위에 맞추기 위해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다루지 않으면서, 제안서에 단순히 '시스템' 관련 용어를 끼워 넣는 수혜단체가 늘어날수록 더욱 심화된다. 이러한 피상적 언어 사용은 실질적인 시스템 변화 노력의 신뢰성과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원기관들이 지원을 주저한 가장 큰 이유는 이니셔티브가 '현재의 전략에 맞지 않는다off-strategy for now'는 판단 때문이었다. 즉 지원기관들은 우선순위 분야나 선호하는 접근 방식에 기반해 전략을 수립해두고, 그 전략에 부합하는 단체들로 자금 배분 파이프라인을 채우고자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구성한 이니셔티브와 그 실행 주체들은 지원기관들이 설정한 전략적 우선순위의 틀에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미 마련된 전략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한 지원기관들은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 안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배제할지 결정할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전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우선순위와 다른 관점을 수용하거나, 그와 다른 방향성을 가진 파트너를 지원하는 데 있어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지원기관이 주도하고, 지원기관이 소유하는 전략이 오히려 복잡한 문제에 대한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많은 지원기관들이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곤 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전략 수립 과정에 이뤄지는 이해관계자 참여가 폐쇄된 회의실 안에서 끝난다면,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과 신념, 편향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전략이 복잡한 사회적, 지구적 문제의 근본 원인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것이 단일 지원기관은 물론 동일한 관점과 이해를 공유하는 개인이나 소수 조직에 의해 개발되고 주도되어선 안 된다. 동시에 개별 지원기관이 각자의 전략을 난립시키는 구조로도 변혁적인 전환을 위해 필요한 협력적 조율을 이끌어낼 수 없다.
지원기관이 전략을 주도하는 접근은 지원기관과 파트너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지나친 분절화 | 지원기관들은 동일한 상황을 두고도 서로 다른 인식과 우선순위를 따르기 때문에 대화가 쉽게 엇갈린다. 이러한 엇갈림은 실행 단계에서도 이어진다. 각 지원기관이 특정 분야의 협소한 목표에 집중하거나 분절된 개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면서 통합적인 의제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 결과, 상호 연관된 목표와 영역을 함께 지원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그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깊이의 결여 | 지원기관들은 자신의 투자로 직접 입증할 수 있는 단기적이고, 측정가능한 성과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러한 성과가 더 큰 변화로 이어지게 할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정만 세울 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는다. 결국 지원기관과 파트너는 각자가 가진 지식, 사회적 자본 등 다양한 자산과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높은 경직성 | 지원기관들은 상황이 변하더라도 목표나 접근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전략이나 관점에 부합하며, 사전에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해법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신뢰를 구축하고, 예기치 못한 도전과 기회를 탐색하며,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캐털리스트 허브 프로젝트를 위해 인터뷰에 응한 지원기관들 대부분은 시스템 변화를 위해, 보다 양질의 풍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기부가 지나치게 분절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집중해왔다는 사실에도 공감했다. 대부분의 지원기관은 사람들의 인식, 규범, 정책,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스템 전환을 위해, 변화가 일어나는 조건 자체를 바꾸는 다양한 자금의 흐름이 필요하다는 점에 수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변화에 관심 있는 다수의 지원기관이 여전히 기존의 전략 수립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한 대안이 보이지 않거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지원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CO 전략의 특징
지원기관이 주도하는 기존 전략은 기술적 해결책이 요구되는 문제나 맞춤형 제안 요청에 적합한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의도와 달리 기존의 권력 불균형을 더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역사회와 그 파트너가 아닌 개별 지원기관 또는 집단이 어떤 사업을 지원할지에 대해 사실상 최종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진정한 전환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직이 시스템의 필요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전략이 아닌, 협력 생태계의 다양한 파트너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공동으로 개발하며, 함께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CO 전략을 실천하는 파트너와 지원기관으로 구성된 협력 생태계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구성원들이 주체성과 공동의 책임 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전략이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으며, 이를 개선하고 변화시키며 앞으로 나아가게 할 책임 또한 자신들에게 있다고 인식한다. 공동주체성은 필연적으로 지원기관과 수혜단체 간의 권력 균형을 재조정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원기관이 뒤로 물러나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주체성의 핵심은 지원기관을 포함한 전체 협력 생태계가 아젠다와 우선순위를 함께 정하고, 구성원 모두가 이를 해결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있다.
CO 전략은 사회혁신가와 그들을 지원하는 지원기관으로 이루어진 전체 생태계가, 세 가지의 핵심적인 특징을 통해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유기적으로 결속하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다.
다양한 주체가 함께 포괄적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 CO 전략을 구축하는 과정은 문제가 가진 시급성을 이해하고, 해결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서 출발한다. 이들은 관련 분야의 전문성, 현장 맥락에 대한 통찰, 결과에 대한 직접적 이해관계 그리고 실행에 필요한 권한과 자원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들을 모으는 과정에는 비전을 제시하고, 연결을 촉진하는 촉진자catalyst의 역할이 필요하다. 촉진자는 현장에서 신뢰받는 인물이거나 영향력 있는 지원기관 혹은 중립적 위치의 조정자일 수 있다. 이들은 특히 경쟁적 자원 구조 때문에 평소라면 모이기 어려운 파트너들, 예컨대 동일한 재원을 두고 경쟁하는 기관들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는 상당한 시간과 조정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처음에는 초대받은 이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할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잠재적 파트너들 사이에 신뢰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신뢰는 각자의 현실과 공동의 현실, 서로 얽혀 있는 문제와 그것의 근본 원인 그리고 가능한 미래에 대한 공동의 관점을 언어화하며 서사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이렇게 서서히 형성되는 공동 내러티브shared narrative는 협력의 장을 통합하는 핵심 기반이다. 생태계 전반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여러 차례 거듭하며 새로운 참여자를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여러 섹터가 참여한 팬데믹 원인 예방 연합Preventing Pandemics at the Source, PPATS은, 서로 다른 영역의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CO 전략을 설계한 대표 사례이다. PPATS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의 국경이 폐쇄되고 경제 활동이 사실상 멈췄던 2020년 중반 구체화되었다.2 당시 달버그 캐털리스트의 CEO이자 이 글의 공동저자인 소닐라 쿡Sonila Cook과 레인포레스트 얼라이언스Rainforest Alliance의 전 대표 나이젤 사이저Nigel Sizer는, 20세기와 21세기 거의 모든 바이러스성 팬데믹의 주요 원인인,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병원체 전이라는 중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간과되어 온 문제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글로벌 보건 및 환경 보존 분야에서 활동하는 40명의 저명한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은 높은 기술 전문성과 다양한 맥락에 대한 현장 경험을 겸비한 인물들이었다.
PPATS는 과학자들과 지역사회 기반 보건 및 환경 분야 활동가들의 지식 및 경험을 통해 병원체 전이 예방이 갖는 광범위하고, 실질적이며, 확장적인 이점을 확인했다. 동시에 글로벌 보건 분야 리더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병원체 전이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발병 빈도가 높은 국가 내에서 신종 감염병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PPATS는 근원적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내러티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의약품이나 백신과 같은 사후 대응 수단이 대개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것과 달리, 근원적 예방 전략은 모든 사람과 지역에 혜택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병원체 전이 예방은 공정하면서도 포괄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3 더불어 산림 벌채 중단과 같은 전이 예방 조치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노력은 팬데믹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실현이 가능하다.4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확산에 대한 대비와 대응을 넘어, 팬데믹 예방, 특히 병원체 전이 예방을 포함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팬데믹의 발생 원인을 규명해 온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바이러스 전이를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는 PPATS의 후속 활동을 이끄는 기준점이 되었고, 연합이 지향하는 원칙과 공유 가치, 그리고 구조적 변화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를 더욱 분명히 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러티브를 공동으로 형성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병원체 전이 예방은 환경 보전이나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그동안 거의 논의되지 않은 주제였기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를 다양한 맥락에 맞게 해석하고 지역사회의 관점을 반영하려면, 신종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이후 PPATS 구성원들은 병원체 전이 예방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국 의회, G20, WHO, 세계은행 등에서 이 내러티브가 기준으로 자리 잡도록, 다양한 옹호자와 채널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파했다.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Conservation International의 원 헬스 분야 선임 자문인 닐 보라는 2023년 7월, 선제적 팬데믹 예방upstream pandemic prevention을 주제로 한 TED 강연을 통해 이 논의를 보건 분야 이외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켰다. PPATS의 한 후원 기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팬데믹 관련 언론 보도에서 바이러스 전이 요인에 대한 언급이 증가했고, 그중 거의 대부분은 PPATS 연합 구성원들과 관련되어 있었다.
내러티브 전환을 넘어, PPATS의 어드보커시 활동은 지난 3년간 여러 정책적 성과를 거두었다. 병원체 전이 예방 관련 조항이 미국의 여러 입법 과정, 예컨대 2021년 미래 팬데믹 예방법Preventing Future Pandemics Act of 2021, 2021년 국제 팬데믹 대비 및 코로나19 대응법International Pandemic Preparedness and COVID-19 Response Act of 2021, 2021년 글로벌 보건안보법Global Health Security Act of 2021, 글로벌 팬데믹 예방 및 생물안보법Global Pandemic Prevention and Biosecurity Act 등에 반영되었고, 팬데믹 대응을 위한 다양한 글로벌 협력 체계에 포함되는 진전을 보였다. 또한 PPATS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과 함께 바이러스 전이 예방 위원회Commission on Prevention of Viral Spillover를 공동으로 주도하며, 전이 예방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 내러티브를 공동으로 만들고 전략을 함께 설계 및 추진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다양한 관점을 폭넓게 통합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편향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주고,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는 대신 전체적으로 조망하도록 도와준다. 만약 PPATS 전략의 공동 주체들이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하거나, 각자가 가진 비전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면, 팬데믹의 근본 원인을 전이로 이해하는 신뢰할 만한 공동 내러티브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함께 만들어가려는 미래상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공유하지 못했다면, 이후의 계획 수립, 의사결정, 인식 제고, 정책 어드보커시 활동 역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다. CO 전략을 구축하고 심화시키는 데 들인 시간과 숙련된 촉진 과정은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낸 핵심 요인이었다. 이 덕분에 파트너들은 공통의 목표를 중심으로 뜻을 모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의 주체성과 책임을 공유하게 되었다.
시스템 조율자로서 나이젤 사이저의 리더십 그리고 소닐라 쿡의 전략적 조언과 세심한 조정은, PPATS가 공동의 내러티브에 집중하며 필드를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파트너들은 각 기관의 고유한 임무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여러 중요한 의제에서 동시에 변혁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드문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했다. PPATS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파트너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조율해주는 중립적 주체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이 중립적 조정자는 재원을 두고 경쟁하거나, PPATS가 거둔 성과에 대한 공로를 독점하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이저와 쿡은 연합 활동 전반에서 겸손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공동의 책임 의식을 몸소 실천했다. PPATS 구성원들은 그동안 참여해온 여러 연합 가운데 PPATS를 가장 협력적이면서도 성과가 뛰어난 사례 중 하나로 평가한다.
협력 구조 안에는 실제로 행동할 권한과 자원을 가진 주체들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PPATS의 사례에서는 지원기관들이 초기부터 협력 구조에 초대되었지만, 당시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PPATS 구성원들은 약 1년간 자신의 시간을 자발적으로 투입하며 첫 재정 지원이 이뤄지기까지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활동을 뒷받침할 재원이 부족했던 탓에, 자금 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일부 우선순위 과제를 계획된 순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또한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투입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PPATS 사례는 지원기관들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특정 분야의 핵심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자선가나 재단이 투자를 보류하면, 그들에게 공동의 활동을 중단하는 것 외에 현실적인 선택지는 남지 않는다. 이후 7곳의 지원기관이 PPATS에 합류하면서 상황은 다소 나아졌지만, 초기에 단 한 곳의 핵심 펀딩 파트너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더라면, 연합은 훨씬 더 효율적이고 결단력 있게 활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동의 비전과 결집된 역량을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달성하라 | PPATS와 마찬가지로, 그라운드브레이크 연합GroundBreak Coalition 역시 다양한 파트너 간 오랜 교류와 신뢰 구축의 결과로 만들어진, 공동주체성에 기반한 전환 사례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도전과제 그리고 미래 비전에 관한 공동의 내러티브를 함께 구축했다. PPATS와 달리, 그라운드브레이크는 출범 초기부터 재단의 재정 지원과 더불어 공동주체성의 문화를 바탕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전략은 지원기관 중심 전략과 다르게 재정 지원 파트너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강점을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들의 잠재력과 책임을 반영해 상호 연계된 여러 목표를 동시에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다.
2022년, 맥나이트 재단의 토냐 앨런 이사장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지역에서 170여 명의 개인, 120여 개 기관과 함께 구조적 인종차별을 해소하고 인종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이끌었다. 참여자들은 여러 워킹그룹 구성해 기후 대응형 지역사회 조성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와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흑인의 주택 소유를 비롯해 임대주택, 상업용 부동산 개발, 창업, 기후대응 역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나는 불평등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었다. 이들은 또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대 적용될 경우, 흑인 주택 구매자는 물론 상업용 부동산 개발자, 기업가, 임차인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융 수단과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함께 모색했다.
맥나이트 재단은 출범 단계부터 포용적이고 촉진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권한을 재분배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단은 대도시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신뢰를 쌓아온 지원 파트너로,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창조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 명의 협력 촉진자로 구성된 소규모 운영팀을 꾸려, 신중하고 협력적인 논의를 통해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와 기여 방안을 조율하도록 했다. 재단과 운영팀은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가 어느 한 조직의 힘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기업, 시민사회, 필란트로피 등 각 부문의 리더 40여 명이 참여하는 임시 거버넌스 구조가 마련되도록 지원했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그라운드브레이크의 리더십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연합의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출발점은 철저히 지역적 맥락에 기반하고 있었다. 파트너들은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을 거치며 하나의 공통된 인식을 형성했다. 인종, 경제, 기후 불평등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과 2020년 조지 플로이드가 미니애폴리스 경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은 불평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라운드브레이크는 또한 점점 더 악화되는 정치 환경 가운데,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만으로는 인종 형평성이 실현된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흑인들이 주택 구매, 창업, 사업 확장, 상업용 부동산 개발 등 자산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자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적 장벽을 허물고, 나아가 대규모 자본이 흑인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하는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에 대해 구상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 연합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비전을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하며, 현실적이고, 시한이 명확한 목표로 구체화했다. 이런 목표들은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긴밀히 맞물려 있고, 상호의존적인 특징을 갖고 있었다. 주요 목표에는 유색인종 신규 주택 소유자를 4만 5천 명 확보하는 것과 이 중 1만 1천 호를 흑인 가구에 우선 공급하는 계획이 포함되었다. 또한 2만 3,500가구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의 임대주택을 확보하고, 흑인 주도로 추진되는 기후 대응형 상업 개발 사업 60건을 완료하는 것도 핵심 목표로 제시되었다.
이들은 향후 몇 년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약 53억 달러 규모의 자본 약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금융 수단과 상품을 파악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 연합은 조정팀의 지원을 받아 이러한 목표를 개별적이고 희망 섞인 숫자들로 두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금융 시스템 안에서 재정렬했다. 특히 새로운 지역 금융수단 체계 안에서 보조금, 보증, 저비용 자본, 특수 목적 신용 프로그램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는 약 12억 달러의 유연 자본이 향후 10년 동안 41억 달러 규모의 민간 시장 자본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라운드브레이크가 제시한 목표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강점과 필요를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각자의 역량을 단순히 더하는 것보다 협력을 통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재정 파트너들의 경우에도 각자의 전문성과 네트워크, 조정 및 연결 역량 같은 강점이 협력 구조 안에서 서로 결합될 때, 여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맥나이트 재단과 초기 재정 파트너들은 공동체 전체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을 갖고, 지역사회의 필요와 아이디어를 반영하며 더 많은 재정 파트너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연합을 대표해 자선재단, 은행, 정부, 기업, 투자자에게 보조금, 보증, 저비용 자본에 대한 약정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은 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기관들이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2023년 10월, 연합의 재정 파트너들은 총 9억 2,675만 달러 규모의 자본 약정을 발표하며, 비전을 향한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여정에서 중요한 초기 모멘텀을 형성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와 같은 성공적인 연합체는 신뢰받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의 지원 아래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목표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각 구성원이 지닌 강점을 전체 맥락에서 바라보며, 서로의 역량을 북돋는다. 강점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확장은 MIT 연구원 오토 샤머와 사회혁신가 에바 포메로이가 말한 '제4인칭 앎fourth-person knowing'과 맞닿아 있다. 전체와 개인을 동시에 인식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이 개념은, 개인과 집단이 서로 다른 관심과 의지, 주체성을 갖고 있더라도, 그 차이를 조율해 집단적 목적에 정렬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는 이전에 도달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가 이제 실현 가능한 것처럼 다가오는 새로운 가능성의 감각을 불러온다.
집단적 추진력을 유지하려면 민첩성이 필요하다 | 변화 전략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시스템에 맞춰 지속적으로 조정되어야 하므로, 본질적으로 유연하고 상황 대응적이어야 한다. CO 전략은 특히 파트너들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으며 실행되기 때문에 보다 적응적이다. 이 전략 안에서 파트너들은 강력한 공동주체성을 바탕으로, 기회와 위험 요인에 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식과 배움을 교환한다. 또한 협력의 범위를 관련 분야 파트너들로 확장하고, 조율된 상태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PPATS 구성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새롭게 유입되는 정보를 공유하고 검토하며,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민첩하고 실행 중심적인 워킹그룹들은 매주 온라인으로 모여, 공동의 지식과 가용 자원, 역량, 추가로 필요한 자원, 개입 조치의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이들은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아 자원을 조정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팬데믹 예방과 관련한 공공 담론에 영향을 미쳤다.
PPATS 내부에서 이뤄진 정기적인 소통은 구성원들의 기민한 대응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공동 주체로서의 책임감과 상호 신뢰를 강화했다. 매달 열리는 연합 회의와 정기 뉴스레터 등을 통해, 구성원들은 각자의 노력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질문이나 우려를 제기했으며,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했다. 사이저와 쿡은 연합 차원의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공동의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거둔 최근 성과를 공유하도록 했으며, 연합의 목표를 위해 파트너들이 주도적으로 나선 사례를 조명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소통은 구성원의 기여를 가시화함으로써 상호 책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이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그라운드브레이크 역시 전략을 계속 다듬고 발전시키며, 구성원들이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설계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그라운드브레이크는 신속하고 유연한 실행력과 모두가 주체로 참여하는 공동주체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실행팀을 구성했다. 이 팀에는 기술 전문가뿐 아니라 지역사회 기반 조직들도 포함되었으며, 모두가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중점 분야와 밀접한 현장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실행팀이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것이다. 즉, 실행팀이 지역사회의 자산 형성을 위해 투입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집행할 기관, 예컨대 비영리단체, 지역사회개발 금융기관, 민간 금융기관을 직접 선정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는 문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접근이었다. 그라운드브레이크 프로젝트팀은 대상별 맞춤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실행 초기 단계부터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프로젝트팀의 한 디렉터는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에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입했더라도 지나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PPATS 사례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팀의 지속적인 커뮤니티케이션 노력은 구성원 간의 투명성과 상호 책임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PPATS와 그라운드브레이크 두 연합이 추진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뛰어난 조율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PPATS 내부에서 사이저와 쿡의 조정 역할은 합의된 목표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불어넣고, 구성원들이 전략의 공동 주체로 참여하는 감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들의 역할은 단순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관계의 흐름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잠재적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며,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겸손을 실천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앞세우지 않으며, 기꺼이 권한을 나누고, 책임 있는 관리자로서 조직을 신중하게 이끌었다. 사이저는 올해 초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며, 연합의 추진력을 이어갈 후임자를 신중히 검토한 끝에 닐 보라를 지명했다. PPATS와 그라운드브레이크의 유연한 대응력과 추진력은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을 통해 발휘되었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지속적인 대화의 장을 열고, 파트너들이 전략적 선택지를 발굴 및 검토하도록 지원했으며, 실행과 학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촉진했다. 구성원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자의 강점을 자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는데, 참여는 어디까지나 각자의 선택에 맡겨졌다.
변혁적 변화를 이끄는 필란트로피의 힘
캐털리스트 허브의 체인지메이커들과 지원기관들이 제시한 핵심 제안은, 서로 다른 분야의 주체들이 모여 각자의 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장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그러한 장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신뢰를 쌓아 공통의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로 표현했다. 참여자들은 또한 이를 '액션 랩action lab', 즉 잠재적 파트너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구체화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협력의 장으로도 설명했다. 형태가 어떻든, 이러한 공간은 참여자들에게 주체성을 부여하고 공동의 책임감을 강화해, 모임 이후에도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가 기존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협력 관계를 이어가도록 하는 힘을 가졌다.
사회혁신가와 지원기관이 함께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껏 따라온 기존 전략의 관성을 과감히 깨트려야 한다. 복잡한 글로벌 과제를 실제보다 단순화하거나,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로 만드는 단일 이슈 중심, 환원주의적 접근,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전략 계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3년 또는 5년 주기의 형식적인 점검에 머물지 않고, 목표와 우선순위를 더 자주 되돌아보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확산과 복제가 쉬운 해법만을 좇는 협소한 시각 역시 탈피해야 한다. CO 전략은 한 분야 안의 다양한 파트너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동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서로의 목표를 정렬하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그라운드브레이크와 PPATS 모두 이러한 정렬 과정에 거의 1년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러한 CO 전략을 통해 형성된 파트너십과 해법은, 각 현장의 맥락에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설계된다는 점에서 기존 접근과 차별성을 갖는다.
CO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뢰도와 역량을 갖춘 촉진자, 즉 시스템 오케스트레이션을 수행할 리더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촉진형 리더십의 가치와 역할은 오늘날 사회에서 충분한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고, 시스템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형성하며, 신뢰에 기반한 생산적 관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 역시 부족하다. 우리의 경험상 적임자는 사회혁신가와 지원기관들이 함께 상황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적 미래를 탐색하기 시작하면, 오케스트레이터의 필요성과 역할 요건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 요건에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높은 윤리의식 같은 기본 요건은 물론,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협력 네트워크도 포함된다. 협력 생태계 내 파트너들은 잠재적인 오케스트레이터들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적극 격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장 적합한 인재일수록 공개 모집에 응하거나 스스로 그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사회혁신가들에게는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유연하고 장기적인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 많은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는 그 역할의 특성상 기존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특정 기관에 소속되거나 안정적인 지원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협력의 기반이 되는 핵심 펀딩 파트너를 미리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기관을 아우르는 협력 생태계를 조직하기 위한 재정적 여력이나 위험 부담 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챈들러 재단의 부이사장이자 랜데사의 공동 창립자인 팀 한스타드는 이렇게 말한다. "시스템 변화를 조율하는 사람이 조율 대상이 되는 파트너들과 지원금을 놓고 경쟁하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가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시스템 오케스트레이터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전략 수립이나 전략 커뮤니케이션 등 분야 전반의 활동을 촉진하고, 장기적인 의제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중립적 기관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사회혁신가들이 이러한 구조의 필요성을 지지하며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구조적 변화를 지원하려는 지원기관들 역시 이러한 시도에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혁신가와 지원기관인 우리가 공동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계획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되,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협력하는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권한을 기꺼이 나누며, 경쟁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관점도 필요하다. "내 강점은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가?", "누구와 강점을 결합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가?" 팬데믹과 심화되는 불평등, 기후위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뒤흔드는 연쇄적 위기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구조적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위기들은 우리가 여전히 개별 대응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한 멈추지 않으며, 더 악화될 것이다.
참고
1. Publications such as Catalyst 2030's Embracing Complexity: Towards a Shared Understanding of Funding Systems Change, INCITE!'s The Revolution Will Not Be Funded, and Bridgespan's "Equitable Systems Change: Funding Field Catalysts from Origins to Revolutionizing the World," among others, illuminated a lack of funding flows to social innovators and systems change.
2. Neil M. Vora et al., "Want to Prevent Pandemics? Stop Spillovers," Nature, vol. 605, 2022.
3. Neil M. Vora et al., "The Lancet–PPATS Commission on Prevention of Viral Spillover: Reducing the Risk of Pandemics Through Primary Prevention," The Lancet, vol. 403, no. 10,427, 2024.
4. Aaron S. Bernstein et al., "The Costs and Benefits of Primary Prevention of Zoonotic Pandemics," Science Advances, vol. 8, no. 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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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FABYANSKE
조단 파비안스키는 달버그 캐털리스트의 최고 프로그램 책임자이며, 이전에는 전략 자문가로 활동했다.
SONILA COOK
소닐라 쿡은 달버그 캐털리스트의 최고경영자로, 이전에는 전략 자문가를 역임했다.
MARIAH LEVIN
머라이어 레빈은 디오 스쿨 펠로우십의 사무국장이자 달버그 캐털리스트의 이사이다.